기획특집

지리산 청학동의 행복한 부부 이야기

  가을로 붉게 물든 지리산 청학동에는 풍교헌 서당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의 흐름 속에서도 청학동은 전통적인 가치를 굳게 지켜온 서당 교육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교육과 교육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청학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곳 풍교헌 서당에는 자랑스러운 국민*인, 강동의 훈장과 그의 아내 안동범 사모가 있다. 그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Q. 서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전 어려서부터 아버지께 서당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시골에서 사는 것이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상태였죠.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에 다니며 느낀 것은 모두들 목적 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04년, 첫아이를 나은 후 도저히 이런 사회에 내 자식을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했고 시골로 내려가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당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지만 60년 동안 서당을 운영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서당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서당에서 주로 무엇을 가르치시나요?
서당 교육의 기본은 한문교육입니다. 한문교육이라고 해서 단순히 글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내용을 바탕으로 부모와 형제에 대한 공경심과 예의범절을 가르칩니다. 인간다운 인간으로 교육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이지요. 아이들은 서당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지만 도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근처에 있는 학교에 다닙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서당 일과에 따라 교육을 받습니다.

Q. 서당에 오는 아이들은 주로 어떤 아이들인가요?
주로 도시에서 온 아이들이 많습니다. 맞벌이 가정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봐줄 시간이 부족해 서당에 온 것이지요. 편부모 가정의 자녀들이나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오기도 하는데 지금은 약 서른명의 아이들이 서당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Q. 훈장으로서 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교육자가 올바르면 올바른 교육도 올바르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바른 교육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성에 대한 면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와의 교감이 없으면 올바른 인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이루어지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인성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지요.

Q. 서당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 들어왔을 때 정말 다루기 힘든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미 학교나 부모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 아이들의 미래를 내가 변화시킨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죠.

Q. 부부가 함께 서당을 운영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늘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뭐든지 서로 상의를 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다툴 일도 없습니다. 아들이가 셋인데 늘 함께 있고 돌봐줄 수 있다는 점도 정말 좋습니다.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을 서당 아이들도 보기 때문에 좋은 본보기 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Q.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어려서부터 서당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디자인을 전공한다는 것에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그린 그림을 미술 선생님께서 보시고 미술반에 저를 가입시키셨어요. 그리고 너는 미술을 전공해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며 그림을 그리게 하셨어요. 당시에도 국민대학교 조형대는 일류대학이었기 때문에 국민대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지요. 입학한 후로도 늘 우수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제가 시골사람이기 때문에 디자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감각이 자연스레 디자인에 대한 감각에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Q. 두 분은 학창시절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사서삼경’이라는 교양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아내는 저를 몰랐어요. 전형적인 수법으로 접근했죠. 시험기간에 수업을 빠졌으니 노트를 빌려 달라며 접근했어요. 그렇게 밥도 함께 먹고 수업도 들으면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Q. 학창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아무래도 저는 아내와 연애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연애를 한 것 같아요. 4학년 2학기에 취업 자리가 들어오는데도 아내와 함께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 거절하고 학교에 남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황당한 생각이지요.

Q. 졸업하신 지 10년이 지났는데 선배님들의 기억 속에 국민대학교는 어떤 의미인가요?
국민대학교에는 늘 젊음과 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이지만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교로 기억합니다. 졸업한 지금도 늘 그런 학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늘 지금처럼 한결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이 정말 행복합니다. 이렇게 서당을 하며 가족들, 그리고 서당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네요.

Q. 국민대학교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대학생인 여러분들은 인생의 황금기를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때에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장차 여러분의 재산이 될 것입니다.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많은 경험을 쌓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