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장수’ CEO/밀레코리아 안규문 대표
117년 역사 독일 가전업체
‘현장경영’으로 14년째 성장 주도
매장 직원·AS 기사 모두 정규직
가전에만 집중 ‘명품’으로 승부
“몽골에서 빌트인(붙박이) 제품을 대량 구매하겠다고 온 적이 있어요. 하지만 몽골에선 애프터서비스가 불가능해 팔지 않았습니다.”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밀레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안규문(사진) 대표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비결을 묻자 “현장 경영에 답이 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최근 친환경 드럼세탁기와 의류건조기를 출시한 밀레코리아는 엘지(LG)·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프리미엄급 가전시장을 이끌고 있다. 안 대표는 117년 역사의 독일 가전업체 밀레가 한국 사업을 시작한 2003년부터 14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병원 살균기 영업을 하지 못해 매출이 전년 대비 9% 성장한 지난해 빼고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이 ‘장수’ 대표이사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를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쳤기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밀레코리아는 백화점 매장 판매사원과 애프터서비스 기사도 모두 정규직이다. “매장 판매사원과 애프터서비스 기사는 고객과 만나는 최접점으로, 이직이 잦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어야 책임감을 갖고 고객과 소통하며 고객 응대에도 최선을 다합니다.”
안 대표는 밀레의 대표적 판매 정책으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를 꼽았다. “영원한 베스트셀러는 없어요. ‘천천히, 꾸준히’라는 정책에 따라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듭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획기적 디자인보다는 제품의 기능을 보조하는 디자인을 추구해요.”
그는 밀레 본사가 한국법인 대표 임용을 위해 자신을 면접 볼 때의 일화를 전했다. “당시 대기업 종합상사인 쌍용에 근무하며 목표 20~30% 달성을 쉽게 하던 생각만 하고 10개년 계획서를 작성해 초기에 15% 이상 매출을 신장하겠다고 보고했더니, 오히려 본사가 ‘매출 목표를 낮춰서 잡아라’, ‘직원들에게 단기간에 매출 압박을 주지 말아라’라고 주문해 깜짝 놀랐어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업이 가전사업만 하는 이유를 묻자 안 대표는 “명품을 만들려면 전문화해야 한다. 한 가지에 집중해도 명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한국 재벌처럼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7434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