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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졸업展 대안이 된 ‘다방’… 틀을 깨자 실험정신 살아났다 / 권빛샘(대학원 미술학과 13)

“동양화과라 그런지 유난히 지필묵에 대한 강요 아닌 강요가 느껴질 때가 많았다.”

“교수님의 일방적인 평가가 아닌 쌍방이 소통할 수 있는 작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전국 미술대학의 졸업 작품전과 과제전 시즌이 돌아왔다. 대학에서는 학기가 끝나는 11∼12월 2주 정도 대학 건물이나 상업 갤러리를 빌려 학생들의 작품을 공개하는 전시를 갖는다. 그런데 이 졸업 작품전에 대한 미대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서울 종로구의 대안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이 졸업 작품전이 갖는 타성을 뛰어넘고자 ‘제3의 과제전’이라는 실험적 전시로 출구를 마련했다.

8월 말부터 한 달여 네이버 등을 통해 이뤄진 공모에는 전국 25개 대학 97명이 지원했다. 이들은 프로포절을 내고 기존 졸업 작품전이 갖는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더럽기로 소문난 미대생들이 한마음으로 청소하는 시기다. 학교 측으로서는 매우 효율적인 전시인 셈”이라고 어퍼컷을 날린 이도 있었다.

종합하면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교육 시스템 탓에 재학생들의 창작성이 발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사루비아다방 이관훈 큐레이터는 9일 “아카데미즘이 갖는 견고한 보수성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갖는 날것 그대로의 실험정신을 들어주는 자리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석사 수료생 고은별(31), 국민대 회화과 석사 수료생 권빛샘(27),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석사 수료생 류민지(27),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석사 수료생 전병구(30), 인하대 미술전공 4년생 정진욱(23), 중앙대 조소과 석사 수료생 황민규(29) 등 6명이 최종 선정돼 전시가 진행 중이다. 선정 기준은 기존 작가와 비교해 얼마나 독창성이 있는지, 형식에 갇히지 않고 유연한 사고력을 가졌는지 등이 고려됐다.

황민규는 유기견의 털을 이용해 줄무늬를 만든 기하학적 오브제, 개의 털이 숭숭 섞여 있는 수제 벽돌 등을 작품으로 내놓았다. 그는 “유기견이 반복적으로 버려지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 학교 졸업 작품전에는 용접 조각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어 이런 건 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권빛샘은 사회문제가 된 씽크홀 사건에 주목해 이를 사진 등으로 찍어 지도 위에 표시하는 작품을 출품했다. 고은별은 ‘종이 사람’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그의 연애편지, 출연한 작품, 유골함 등 일생의 스토리를 상상해 보여준다.

나머지 신참 예술가들도 저마다의 신선한 조형 언어로 개인과 사회적 삶에 대해 표현했다. 제3의 과제전은 처음 시행하는 것으로 2년마다 정례화할 예정이다. 

 

원문보기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312203&code=13160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