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오거스타 골프클럽 회원 가입
회원명단 철저하게 비밀로
평균 72세… 동·남부 백인
첫 女회원은 라이스 前장관
소렌스탐은 7번째 여성회원
타이거 우즈도 초대 못받아
男프로 아널드파머 등 소수
지난해 10월 스웨덴 출신의 프로골퍼 애니카 소렌스탐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원 가입 소식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1932년 개장해 1934년부터 남자골프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마치 비밀결사 단체를 떠올리게 할 만큼 폐쇄적인 회원 관리 정책으로 유명한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회원은 항상 300명 내외로 유지되며 기존 회원이 사망하거나 탈퇴해 빈자리가 날 경우에만 새 회원을 뽑는다.
자리가 났다고 해서 원하는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기존 회원의 추천과 전체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승인받은 사람만이 비로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회원 가입이 워낙 까다로워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역대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빌 게이츠조차 회원 투표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가까스로 가입에 성공했을 정도다.
대외비 정책에 따라 회원 명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그래서 같은 회원이 아니면 누가 오거스타 내셔널의 회원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베일에 가려 있던 회원 명단이 딱 한 번 외부로 유출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04년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는 처음으로 300여 명에 이르는 전체 회원 명단을 입수해 공개했다. 명단에 따르면 오거스타 내셔널 회원들은 평균 연령이 72세에 이르며, 동부와 남부의 전통적인 백인 부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개장 이후로 무려 80년 동안 여성 회원을 받지 않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시대착오적인 회원 정책은 2002년 사회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여성 회원을 허용해 달라는 마사 버크 전미여성단체협의회(NCWO) 의장의 편지에 발끈한 당시 오거스타 내셔널 회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오거스타 내셔널의 금녀(禁女) 정책은 오히려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마스터스 대회장 바깥에서는 연일 여성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대회를 후원하거나 광고를 구매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여성단체와 인권단체의 발표도 잇따랐다.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 의견이 반반으로 갈려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여성 고객을 의식한 IBM과 코카콜라, 씨티은행 등 마스터스의 주요 후원기업은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그러자 오거스타 내셔널은 아예 기업광고 없이 대회를 치르는 초강수까지 둔다.
그토록 강경하던 오거스타 내셔널도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었던지 지난 2012년 회원 자격 규정을 바꾸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첫 번째 여성 회원 자리는 전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와 투자회사 부사장인 달라 무어가 차지했다. 이후 전 IBM 최고경영자였던 지니 로메티, 전 미국골프협회 회장 다이애나 머피 등 4명의 여성이 연이어 회원이 됐다.
소렌스탐은 현재까지 확인된 오거스타 내셔널의 7번째 여성 회원이자 최초의 여자 프로골퍼 회원이다. 남자 프로골퍼로는 고(故)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등 극소수만이 회원 대우를 받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아직 초대받지 못한 자리다. 현역 시절 소렌스탐은 메이저대회 10승을 포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역대 세 번째로 많은 통산 72승으로 투어를 지배하며 ‘골프여제’로 불렸다. 여자 골퍼로는 유일무이하게 꿈의 스코어인 59타를 쳤으며 여자골프 최초로 시즌 평균 68타대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콧대 높은 오거스타 내셔널의 회원이 된 것을 스포츠에서 양성평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나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골퍼가 고작 골프장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스포츠면 톱뉴스가 되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았음을 깨닫게 한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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